(온라인 라이브 퍼실리테이션)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과 어떻게 다른가요?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해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미팅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주민자치위원들의 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고 평생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이 원격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온라인 미팅을 장려하고자 했지만 쉽사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고민이었던 기업에서는 오히려 코로나 19로 인해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연수원에서 모여 이루어지던 기업의 교육이 원격으로 바뀌었고 2시간 회의를 위해서 3시간 거리를 오가던 공무원들의 업무도 효율화 되었습니다. 길에 뿌리고 다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 거죠.

온라인 세상 안에서의 소통을 중재하는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미팅에서도 협업과 소통을 촉진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무대가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일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데에서 디지털 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퍼실리테이터로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에 대해서 다루어봅니다.

흔히 디지털 퍼실리테이션 하면 온라인 상에서 협업과 소통을 촉진하는 툴들을 학습해야 하는 것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는 다른 관점으로 얘기해 보려 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할 때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조금 더 원론적인 관점에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디지털 퍼실리테이션 관련해서 제가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는 형식으로 내용을 기술하겠습니다.


Q1.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가요?


퍼실리테이션은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합의에 이르도록 돕는 과정을 말합니다.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은 이러한 활동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미팅, 교육, 워크숍에서 어떻게 소통과 협업을 촉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영역이 디지털 퍼실리테이션 영역입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에서도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 중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전원참여) 주어진 시간안에(시간준수)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 안에서(화기애애) 목표로 한 결론에 이르도록(결론도출) 돕는 퍼실리테이션의 목표는 동일합니다. 다만 이 과정이 디지털 세상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과 절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Q2.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과 비교해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첫번째 차이는 대화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현장에서 직접 만나서 실시간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형태의 미팅, 교육, 워크숍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상황은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없도록 강제했습니다. 직접 만남을 의미하는 컨택트의 반대 의미로 언택트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졌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언택트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택트 상황에서의 동기식 대화, 즉 직접 만나지 않는 상황에서의 실시간 대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율해 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이 가장 크게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언택트한 상황에서 어떻게 동기식 대화(실시간 대화)를 효율적으로 촉진할 수 있을지가 고민의 영역입니다.


두번째는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차이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은 포스트잇, 네임팬, 매직, 마카펜, 이젤패드, 챠트, 각종 소통을 촉진하는 카드, 공간배치 등을 떠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은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기기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화상회의 툴의 종류, 온라인 협업도구의 사용여부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소통의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달라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퍼실리테이터가 기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영역은 동일합니다. 미팅의 목적이 무엇인지?(Purpose), 참석대상자의 특징이 무엇인지?(People) 미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성공기준이 무엇인지? (다른 말로 얘기한다면 미팅에서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지?) (Product) 그 결과물을 위해서 어떤 프로세스로 미팅을 진행해 가야 하는지(Process)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동일합니다. 

정리해 본다면 퍼실리테이터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동일하지만 그것들을 구현하는 방법은 차이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셋째 미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디지털 역량 보유여부의 중요성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에서 과정 참여자들의 디지털 역량은 그렇게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지만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디지털 안에서 제대로 소통하려면 참가자가 디지털 문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미팅에서 사용하는 최소한의 디지털 툴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만약 참가자가 이러한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주민자치위원들이 제대로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줌(ZOOM) 교육을 시켜 드리는 시민 활동가의 노력이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역량에 대한 앎이 제대로 된 참여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미팅에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를 참여자가 공감하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이 미팅에 기여할 수 있고, 또 기여해야만 한다는 열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아날로그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 원칙을 다시금 떠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 디지털 툴을 활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이 만들어집니다.


Q3.디지털 세상에서의 퍼실리테이터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마이클 윌킨슨(2009)은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8가지로 제시했습니다. 

에너지를 유지시켜 주는 동기부여, 프로세스를 이끄는 안내, 회의에 도움이 되는 질문을 하는 질의, 회의 참석자간의 의견을 연결해 주는 중개, 회의의 전체를 살피는 통찰, 회의 참석자 간의 긍정적 분위기 조성, 부적절한 논의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감독, 그리고 참석자들의 노력에 대한 칭찬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8가지 원칙은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 조금 달라질 뿐입니다. 분위기 조성을 위한 아이스브레이크, 팀빌딩 활동을 함에 있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같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미팅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에 너무 주목하지 말고, 역할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퍼실리테이터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참가자에게 받아들여지면 그 방법이 조금 서툴러도 참여자들은 이해합니다. 참여자들은 우리의 목표가 디지털 툴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소통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Q4. 디지털 세상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코로나 19 이후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을 얘기할 때 디지털 툴을 잘 활용하면 디지털 퍼시릴테이터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오해하도록 만드는 여러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저 역시 이를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단어로 얘기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역량만 있으면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툴을 활용하는 역량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퍼실리테이터가 수행해야 하는 본질적인 역할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듣고, 질문하고, 칭찬하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기본 역량은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을 구현하는 현장에서도 필수입니다. 이러한 기본 역량이 디지털 툴을 잘 다루는 역량보다 우선합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참여자들을 진정으로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이들의 대화를 이끌다 보면 방법론적으로 아쉬운 점이 발생합니다. 그럴때 도움을 받는 것이 디지털 툴입니다.

디지털 협업도구의 사용 없이 줌 프로그램의 채팅 기능만 활용해서 3시간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디지털 안에서의 현란한 도구가 있지만 그런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저 채팅창 만으로도 소통과 협업에 문제가 없도록 워크숍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디지털 역량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 비중에 대한 얘기입니다. 디지털 역량은 퍼실리테이션을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Q5. 디지털 퍼실리테이션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2020년 대한민국액션러닝 컨퍼런스때 [언택트 환경에서 액션러닝, HOW?]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강조했던 얘기가 '겁먹지 말자!' 였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퍼실리테이션의 핵심은 온라인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오프라인에서 능숙하게 퍼실리테이션을 잘 해내는 사람은 이미 디지털 세상에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80%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디지털 툴을 배우는 두려움 때문에 그 바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힘들어 할 뿐인거죠.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것은 부담이 없는데 퍼실리테이터로 미팅을 이끄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미리 겁을 먹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계속 강조했지만 디지털 툴은 기본중의 기본만 배워도 됩니다.(물론 다양한 방법론을 많이 아는 것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이기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디지털 세상 안에서 구현해 내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 기반이 제대로 갖춰 졌을 때 디지털 툴은 나의 퍼실리테이션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 원칙 위에 디지털 툴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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