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어떤 효과를 발휘하나요?

‘나에게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만 해 봐라! 제대로 보여줄 테니..’
‘미팅을 진행해야 할 기회가 오면, 워크숍을 준비해야 할 기회가 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기회가 오면....’ 

많은 사람들이 퍼실리테이션을 배우고 실행하려고 하지만 벼르다가 끝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퍼실리테이션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함으로 하는 겁니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들을 현장에서 부딪치며 배우고 체득해야 합니다. 퍼실리테이션을 가장 쉽게 활용해 볼 수 있는 순간이 일상입니다. 머리로 배웠던 퍼실리테이션을  개인의 일상에 적용하면서 변화를 체험하고 그 안에서 배움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경험이 중요합니다. Input이 있어야 Output이 있음은 당연한 원칙입니다. 퍼실리테이션 성공경험을 맛보려면 일상에서 작은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방식으로 소통을 들여다봐야 하고 퍼실리테이터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며 작은 대화의 순간에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시켜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퍼실리테이터로 살아오면서 제 삶에서 경험한 작은 성공의 경험을 나눠봅니다. 기억을 더듬기 위해서 제가 일상을 기록해 가는 페이스북 내용을 기반으로 했고, 경험했던 에피소드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이 제 삶에 참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이런 작은 성공을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경험했으면 합니다.



일상에서 퍼실리테이션이 힘을 발휘했던 순간들..

  • 밤 늦은 시간 큰아이는 공부하고 나는 그 옆에서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고 있다. 각자가 자기 일에 몰입하고 있는데 묘한 연대감이 만들어졌다. 잠시 쉬는시간에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우리가 공부하는 의미에 대해서 함께 얘기하게 되었다. 질문하고 호기심 가지고 듣고 아이의 얘기에 머물러 주고 했다. 신기한 경험은 큰아이도 나의 얘기에 머물러 준다. 얘기가 새벽 2시가 가까워질때까지 이어진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뿌듯하다.

  • 군산 부모님 집에 방문하여 부모님 일손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큰 아이와 밭일을 함께 했다. 땀 흘려 일한 후 밭 둔덕에 함께 앉아서 땀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했다.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고 아이의 생각에 함께 머물러줬다. 아이가 한뼘 자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온 가족이 2020년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개인별 2020년 10대 뉴스를 뽑아보고 가족과 함께 나눴다. 따뜻한 격려와 연대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가족의 대화를 도왔다.

  • 아이들 학교에서 주최하는 독서여행 프로젝트에 온 가족과 함께 했다. 여행지인 강릉의 숙소에서 아이들과 '생각한다는 것'이란 제목의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을 함께 했다. 책을 매개로 가족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험이었다.

  • 큰 아이의 전교 회장 도전을 위한 홍보 영상 제작회의에 온 가족이 함께 했다. 회장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축제였다.

  •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주말회의를 10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때로는 빼먹기도 하고, 때로는 통닭회식으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함께 모여서 얘기하는 기조는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로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가족의 문화가 되었다.

  • 아들만 둘 있는 집에서 어머니와 소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머니가 아버지 흉보는 것들을 맞장구 쳐 주면서 잘 들어 드리는 것이다. ‘아들 오늘 아버지가 말이야..’ 이렇게 시작하면 오늘은 20분짜리 통화구나 한다. 어머니에게 대화가 통하는 아들일 수 있어서 좋다.

  • 장인어른이 동네 이장직을 하면서 이룬 업적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장인어른과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잘 들어드린 덕분이다. 장인어른과의 대화 안에서 장마때면 침수피해를 입었던 동네가 어떻게 변하였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 아이의 교육을 어떻게 시킬지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세운 원칙은 예체능 교육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니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교과 공부는 아이가 하고픈 마음이 들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큰아이가 영어학원에 처음 간 때가 초등학교 4학년, 수학학원을 처음 간 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아내와 깊이 있는 철학을 공유하는 대화가 좋다.

  • 아빠는 제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들어주시고 해답을 주시는 해결사예요. (2019년 생일때 아이들이 쓴 편지에서)


개인의 삶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어떤 효과를 발휘하나요?





첫째, 연결의 대화를 만들어 줍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제대로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온몸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얘기에 함께 머물러주고 호기심을 가지고 그 사람의 진짜 생각이 드러나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이런 퍼실리테이터가 함께 하면 연결의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사춘기 중학교 남자아이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1분 통화가 힘든 우리네 아버지들과 함께 수다를 펼칠 수도 있습니다. 대화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둘째, 대화의 깊이를 더합니다.
대화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그 대화를 매개로 한걸음 더 고차원적인 대화로 소통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습니다. 고민이 무엇인지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 대화가 고민의 원인이 무엇인지, 여러가지 원인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까지 함께나누는 대화로 확장되어 갈 수 있습니다. 대화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촉진할 수 있습니다.


셋째, 따뜻한 문제해결로 한걸음 더 가가도록 돕습니다.
함께 하는 문제해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동료가 함께 하고 있다는 든든함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사춘기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가족의 울타리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고, 부모님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따뜻한 문제해결을 실천해 갈 수 있습니다. ‘저 사람과 대화하면 무엇인가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하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소통과 협업의 가치가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구호로만 머물지 않고 우리 삶에 실천이 되어야 할 소중한 원칙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알고 실천할 수 있다면 소통과 협업을 우리의 일상에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작은 성공경험이 쌓이면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삶이 바뀌면 그 개인이 모여 있는 공동체도 바뀌겠지요. 일상의 삶에서 퍼실리테이션의 가치를 실천해 가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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